탕차이 아저씨가 알려주는 흥미로운 짭 이야기들
1. 짭 시장은 '여전히' 돈이 되긴 한다. 느이들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남아 있는 업체들 기준으로 별 안 단 애들이 진짜 드물잖냐. 상표법 위반으로 추징금 개 때려맞고서도 찻집이든 오픈톡이든, 바지를 세우든 해서 꾸역꾸역 운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음.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쪽? 이 분야?의 미래는 밝지가 않은데, 아마 남아 있는 사장들 다 재기불능 수준으로 나락 가고 나면 아마 당분간은 길고 긴 암흑기가 올거임.
3.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브랜드 쪽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에 '나까마'라고 부르는 애들이 있음. 브랜드 입장에선 기피대상 제1순위임. 뭐라고 해야하냐. 생산 시설도 없고 또 고정적으로 납품하는 곳도 없는데 그냥 전화기 하나, 컴퓨터 한 대 갖다놓고 껀별로 영업만 존내 뛰는 거임. 그러다가 어떤 호구 하나 잡으면 그 때쯤부터 A 업체에서 제직하고, B 업체에서 염색하고, C 업체에서 후가공 해서 원단 납품 받아가지고 중간에서 마진만 먹는 애들임.
4. 당연히 이게 안 좋은 게 뭐냐면, 자기가 지는 리스크와 고정비용을 최소화해서 분산해놓은 대신, 어느 한 군데에서 삐끗하면 그 리스크를 다 짊어져야 하는 거지. QC같은 이야기는 어디 먼 나라 이야기가 되는 거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내 업체에서 갖고 있는 '핸들링 인맥'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나까마다. 특히 기성 원단을 사입하는 게 아니라 업체에서 '원사 분석해서 제직부터 들어갑니다!' '금형부터 새로 파서 100% 똑같이 작업 들어갑니다!' 이 야랄 떠는 것들의 경우는 못해도 85% 이상은 나까마랑 일하는 거다.
5. 자, 다시 업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까마 위에 나까마가 올라 앉은 형국이라고 보면 된다. 리스크가 얼마나 크겠니. 이걸 핸들링하려면 충분한 자금력과 옷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텐데 솔직히 그런 사람들은 이 판에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그런 업체 사장이 있다면, 미안하다. 아니면 글빨을 졸라 못 조져서 내가 그렇게밖에 못 받아들이겠으니 당신들이 이해해라. 아 그래도 니들 돈은 많잖아 한잔해~) 그 언젠가 후레오더로 승부수 띄웠다가 송사까지 가서 조진 구라보같은 케이스 포함해서 거의 다 이런 거라고 보면 된다.
6. 니들이 솔타시나 준지, 혹은 우영미 브랜드 전문으로 핸들링하는 봉제 공장 가지고 있는데, 누가 슬금슬금 와서 짭 코트 컬러별로 50벌씩만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쳐보자. 영업 뛰는 애랑 친해서 공임 웃돈 받고 ㅇㅇ 라인에 넣어주마 했는데 원단이 안 들어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까 불량 때문에 못 들어온대. 그러면 나는 뭐 아쉬울 거 없는 상황이지만 아마 엮여 있는 국내 업체 사장은 대가리 쿠쿠밥솥 될거임. 보통 브랜드 핸들링하는 봉제 공장들은 시즌별로 포캐스트 받아가지고 7-8개월치 캐파는 이미 브랜드 앞으로 부킹이 되어 있는 상황이거든.
7. 다시 말하지만 모든 비즈니스는 타협의 산물이다. 이 상황에서, 좁디 좁은 렙판에서 상표법 위반이라는 리스크를 지고 정품의 재현도까지 신경써야 하는 국내 업체들은 을조차 될 수가 없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경 아니면 신쯤 되지 않을까 ㅇㅇ
8. 필연적으로 이 판은 다시금 2000년대 중반으로 회귀할 거 같다. 물론 타오바오 직구가 되는 세상이니 완벽하게 똑같이 가진 않겠지만 동대문 노란천막과 맨즈온 같은 그 옛날 틀딱시절 노에소 사이에서 하이에나처럼 유푸와 웨이디안과 타오바오와 레딧을 떠돌아다니는 우리들이 있겠지. ㅇㅇ
9. 재미로만 봐줘잉